간장 두 종지…

2015년의 11월이 마무리 될 무렵 인터넷에 꽤 흥한 유명 일간지 사설이 있다… 그 제목하여 ‘간장 두 종지’… (해당 사설을 보기 위해서는 여기를 클릭!!!)  우선 이 포스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 왜냐하면 난 이 주요일간지가 어디인지 밝힐 수 없다… ‘동아’ ‘중앙’ ‘경향’ ‘한겨례’는 아니다…

어쨌든 이 사설은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난 한달 꽤 여러차례 회자되었다… 그리고, 이런 헤프닝이 벌어지면 또 오지랍이 넓은 나는 안가볼 수가 없다… 성지순례해야지… 그래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 귀찮은데도 불구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직접 찾아가보았다… 두 번이나…

슝슝슝~ ε= ε= ᕕ( ᐛ )ᕗ

1광화문 성공회 성당 가까이 위치한 이 중식당은 장소때문인지 몰라도 뭔가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엑스칼리버를 품고 있는 호수의 여인과 같은 그런 느낌…

2음… 1978년에 개장했구나… 나보다 형이군… 아니, 그것보다… 오늘의 식사는 유산슬 덮밥!!!

3식당 내는 대략 이런 모습… 근데 내가 갔던 두 번 모두 혼자 드시고 가는 분들을 보았다… 요리까지 시켜서… 한번은 남자분, 한번은 여자분… 난 홀로 여러기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소개팅을 하려고 했으나 바람 맞은 걸까… 아니면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곱씹으로 홀로 들려본 걸까? 아마 영화 “동감”과 비슷한 설정으로 그 둘은 과거와 현재를 아루르는 그런 관계일지도…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곳의 음식을 그냥 홀로 식사를 즐기는 분들일 수도 있다… 이런 쓸데 없는 상상을 하는 사이 우리는 안내 되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가 ‘그 분들’이 앉으셨던 ‘1번 테이블’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에 가면 확인해 봐야지…

4자리에 앉아 전설의 그 간장종지에 간장을 따르는 이 순간은 뭔가 상서럽지 않은 의식이 행하여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5이 식당에서는 네 명이 갔을 때는 정확히 네종지를… 두 명이 갔을 때는 정확히 두 종지를 주셨다… 아마 더 달라고 했으면 더 주셨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매우 친절했다…

6아… 이 형광등을 100개 켜놓은 것 같은 아오라를 보라…

7그런 아오라를 내 뿜는 간장 두 종지로 만든 미키마우스… 부디 디즈니에서 이것을 보지 않아 저작권 관련하여 고소가 들어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ლ(- -ლ)  라~멘!!!

8기본 제공되는 단무지와 짜차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먼저 ‘그 분들’이 무엇을 주문하셨는지 종업원꺼 여쭤보았다… 사설에 언급되었던 “탕수육 하나와 짬뽕 짜장 볶음밥 등을 시켰다…”만으로는 단서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근데 한국어가 서투셨던 종업원은 장난으로 물어보는 줄 아셨다…

(;*´Д`)ノ  아… 죄송하지만 진심이에요~

그리고 ‘그 분들’이 주문하셨던 요리 및 식사에 더해 몇가지를 더 주문해 보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많이 먹으니까…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자랑스럽게 나붙은 ‘오늘의 식사’ 유산슬 밥을 맛보지 못한 것…

ლ( `Д’ ლ)  나 유산슬 밥 정말 좋아하는데…

그것까지 먹기에는 필수적으로 먹어봐야할 맛난 것들이 너무 많았다…

9이것은 작은 탕수육…

10이곳의 탕수육은 ‘부먹’ 스타일이다… 나는 골수 ‘찍먹파’ 이건만…

11그래도 방금 튀긴 탕수육과 소스에 대한 부먹은 용서해줄 수 있다…

12그 탕수육을 전설의 간장에 찍어먹어 보았다…

∀`)ノ  ㅁ ㅏ ㅇ ㅣ ㅅㅅ ㅓ~

사실 탕수육은 맛없을 수가 없는 요리다… 언제나 진리인 고기를 튀겼다… 그리고 달달한 소스를 뿌렸다… 실패하는 건 범죄다…

13이것은 깐풍기…

14입에 넣자마자 고량주가 매우 땡기는 맛이었으나… 나는 술하고 사이가 좋지 않으니 생략하기로 했다…

15최근 먹어본 만두중에 가장 잘 튀겨진 것 같은 이곳의 만두는…

16비쥬얼 만으로도 그 바삭함이 느껴진다… 배경은 전설의 간장종지…

17만두 속도 꽤나 실하다… 그나저나 먹을 거 앞에두고 흥분해서 손떠는 이 버릇은 빨리 고쳐야겠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침착해야해… 배경은 전설의 간장종지…

17a어느 중식당을 가든지 똑같은 비쥬얼을 자랑하는 볶음밥과 그의 사이드킥 짜장…

17b그리고 볶음밥에 딸려나오는 국물… 이지만, 짜장면이나 짬뽕을 시킨 이도교에게도 국물하나 차분히 부탁드리면 주신다…

ლ(- -ლ)  뭔가… 자비롭다… 영혼이 맑이지는 기분이야…

18참 차분해 보이는 짜장…

19그 짜장면에 들어가는 고기는 매우 잘 갈려 있다… 최근 먹어본 짜장속 고기들은 대부분 그 크기가 큼직했던 반면 이건 좀 새로운 느낌… 뭔가 어릴적 자주먹던 우리 엄마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먹는 느낌이었다…

(;*´Д`)ノ  아… 이것이 소울푸드인가… 어머니!!!

21그럼 야무지게 퍼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ლ( `Д’ ლ) 오오오오오 츄르르르릅 와파파아아아아아~

22짬뽕은 진한 국물에 해산물들이 적절히 가미되어 꽤 맛난다…

23특히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필승 음식… 데이트에서 먹기는 좀 애매하다… 하긴… 그건 짜장면도 마찬가지…

24그럼 이것도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ლ( `Д’ ლ) 오오오오오 츄르르르릅 와파파아아아아아~

25단무지 및 짜차이, 차가 담긴 주전자도 말씀드리는 즉시 가져다 주셨고 , 그리고 계산하고 식당을 떠날때는 물티슈도 사람 수 별로 주셨다… 확실히 ‘배급사회’라든가 ‘아우슈비츠의 검은제복을 입은 간수’가 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마.”라며 주문을 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해 받은 물티슈 비닐에 써있는 바에 따르면 2016년 3월 말까지 겨울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고량주 1+1’ 이 땡긴다… 난 술과 관계가 좋지 않으니 친구들 데려와서 먹여야겠다…

그리고  12지신이 함께 하는 쿠폰도 주셨다… 위 사진에 보인의 면에 도장 12개를 채우면 식사가 무료고, 반대편에 도장 12개를 채우면 요리가 무료다…

이 사건은 인터넷 상에서 지면을 동원한 유명 일간지 기자의 사적 보복이자 슈퍼갑의 또 다른 갑질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모 주요 일간지의 주말뉴스부장님은 내가 문학도의 입장에서 감히 분석해 보건데, 우리 같이 우매한 범인들은 알아채지 못하는 뭔가 고도의 은유와 풍자를 깔아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디어 오늘의 이하늬 기자에 따르면 식당 주인은 간장을 갖다준 건 물론이고 손님에게 사과도 했다고 하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 공격적이고 다분히 사적인 글을 일간지의 소중한 지면을 낭비해가며 주말뉴스부장님이 쓰실 리가 없다… 무슨 일기장도 아니고… (‘미디어 오늘’ 이하늬 기자의 기사는 여기를 클릭!!!) 게다가 사장님은 계산할 때 찍어주는 도장도 추가로 찍어드렸다고 하니 난 그렇게 추가로는 안찍어 줬는데… 뭔가 부럽다… 이 모 유명 일간지의 주말뉴스부장님은 

“간장은 2인당 하나.
대가리 두 개당 하나.
간장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짬뽕이나 먹고 떨어질 놈아. “

라는 환청이 증폭되면서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셨다고 한다… 이렇게 줄바꾸어 다시 적어보니 다분히 시적이지 아니한가??? 거기다 저 딱딱 맞춘 라임을 보라… 숨어있는 음유시인을 찾았다…

음유시인 주말뉴스부장님은 또 말씀하신다…

“매식(買食)이 일상인 직장인들과 매식(賣食)이 생계인 음식점 종사자들은 항상 부딪힌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설렁탕을 주문했고 설렁탕이 나왔는데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먹은 만큼 돈을 냈는데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잘 알고 계신다… 우린 그것을 ‘예의’ 혹은 ‘존중’이라고 한다…

사설 이후 손님은 늘었는지, 혹 사설 보고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있지는 않은지를 사장님께 여쭈어보았으나 체감으로 느끼고 계시지는 않은 듯 했다… 개인적으로 중식업계 역사상 최고의 노이즈 마케팅이지 아니었을까 생각했으나 (이곳 사장님이 모 일보 독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그랬나 싶기도 했다…), 오히려 이곳 분들은 수줍어 하시면서 더 이상 이 사건이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라시는 느낌도 들었고… 어쨌든 나는 그 중국집에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볼 생각이다… 쿠폰 도장을 채워보겠다는 그 유치한 이유 때문이다… 이 식당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라는 것 밖에…

끗…

P.S. 이 게시물을 효정이 누나(A.K.A 효로로)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