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lon Hotel in Baghdad

나에게 있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남들이 가보기 힘든 나라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 대부분은 너무 가난하여 일반인들이 굳이 찾지 않는 곳들이고, (사실 이 경우는 역설적이게도 자연경관이 매우 수려한 경우가 많아 늘 남들이 잘 모르는 보물을 발견하는 기분이다.) 매우, 아주, 굉장히 가끔씩 가뭄에 콩나듯, 조금… 아~~~~ 주 조금… 위험한 곳에 파견되기도 한다.

지금 올리는 이 포스팅은 아직도 정세가 안정적이지 못해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금지 국가 중 하나인 이라크 출장 당시 묵었던 바빌론 호텔에 대한 포스팅… (사실 그곳의 상황은 출장 당시 보다 지금이 더욱 좋지 않다. ) 함무라비 법전으로도 유명한 바빌로니아의 수도의 이름을 딴 바빌론 호텔은 불안한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지내는 약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꽤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1바빌론 호텔의 정문의 경비는 꽤나 상엄한 편이다. 무장 경비원들이 항시 사주경계하고 있으며, 차량 하부까지 모두 검사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호텔로 돌아오는 저녁시간에는 장시간 대기해야하는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안전상 꼭 필요한 절차…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정문에서의 차량 검색은 우리가 예비 훈련에서 하는 “검문소” 과정과 비슷하다…

1a이곳이 바로 바빌론 호텔… 발코니를 저렇게 순차적으로 노출시켜 정렬한 것이 특이하다. 옆 방하고 발코니에서 대화는 안되겠군… 더불어 방팅도… 건물로 들어갈 때의 보안검색은 공항에서의 그것과 비슷하다…

2이제 방을 한번 들어가 보자. 깨끗하고 고급지기로 따지면 내가 출장 차 묵은 호텔중에는 당연 최고다. 뭐… 신분이 워낙 하급전문가인지라… 하지만 이라크의 경우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다른 상급 전문가 분들과 날 떨어뜨려 놓을 수 없기 때문에 꽤 괜찮은 호텔에 머물 수 있다. 그나저나 내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곳에 길들여지면 안된다. 그럼 삶이 너무 힘들어져… 우리는 머리만 땅에 붙일수 있으면 아무데서나 잘잡니다!!! 그렇다고 또 뭐 일부러 이상한 곳을 찾아갈 필요는 없고…

3일주일간 머물게될 침대입니다. 이불이 무거워보이지만… 괜찮습니다… 생각해보니 한번도 저 이불 안에 들어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늘 저 위에다가 서류 늘어놓고 작업하다가 기절하듯이 잠들고, (근데 잠드는 과정이 기억이 안남. MIB가 다녀간 듯…) 아침에 일어나서는 서둘러 나왔기에…

4저 장농 안에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옷걸이, 빨래주머니, 금고 등이 구비되어 있다. 출장을 가게 될 경우 주로 현장에 있는 분들께 뭐 하나라도 전해드리기 위해 짐은 가볍게 하고 다니는 편이라, 주로 최소한의 옷가지를 가지고 가서 현장에서 빨아입게 된다. 근데… 빨래 안해주는 호텔에 가면 대략 낭패… 언제부터인가 항상 출장에 앞서 물어보는 사항… 어쨌든 Babylon 호텔은 꽤나 빠른 빨래 서비스를 해준다. 맡긴지 몇시간만에… 날씨가 건조하고 더워서 빨래가 빨리 마르는 걸까…???

5방에는 각종 다과라든가 미니바라든가 (미나바 사진을 안찍었어!!!) 여러가지 크지는 않고 작은 서비스들이 마련되어 있다. 큰 서비스를 원한다면 전화를 들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호텔방 안에서 흡연이 가능하다는 것… 호오… 역시 아랍 형님들은 쿨하다. 이거 보면 좋아할 몇몇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6그리고 난 여기서 필리핀 모자보건 사업 보고서와 베트남 굴절이상 교정사업 제안서를 정리하였지… 아니 도대체 이라크에서 왜!!! 업무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지만 프린팅 등 필요한 서비스는 로비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다…

7아… 다시 한번 봐도 내가 다니는 곳들 같지 않게 꽤 고급지다… 대리석이라니…

8매일 같이 서비스로 올라오는 과일… 여기서 며칠 있으면서 느낀건데 정말 일부러라도 과일 섭취를 안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푸석해 지는게 느껴진다… 아마 낮은 습도와 직사광선 때문이겠지…

9호텔 발코니에서 바라본 티그리스강…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수메르 문명의 발상지… 정말…강을 보면 이리도 평온한데 말이다… 이 곳이 전쟁상황이라니…

10그리고 호텔 수영장…에는 놀고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11반대편, 그러니까 내가 머문 층에서 호텔 입구 쪽으로 내다보면 이렇게 생겨 먹었다. 뭔가 석양에 멋있는 느낌… 이 나라에서 전쟁이라는 부분을 거둬내고 생각해보면 보면, 참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부분이 크다…

12야간에 커피 마시러 나왔다가 찍어본 호텔…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쓴 듯… 그리고 나중에도 한번 언급할테지만… 여기 분들 형광색 조명 참 좋아하시는 듯…

14밤은 은근히 선선해서 거닐만 하다… 물론 호텔 담장 안에서… 밖은 위험해…

15자… 여기서 부터는 음식의 향연…  같은 곳의 음식 사진이 이리도 많은 이유는… 당연히 거의 모든 식사를 이곳 호텔안에 마련된 뷔페에서 해결했기 때문이다.

16기본적으로 워낙 위험하다보니 이곳에서 밥을 먹을수 있는 장소는 제한되어 있다. 경호원이 같이 있지 않으면 외출 자체를 안하는 것이 좋고, 또 경호원을 대동하게 되면 금전적인 큰 지출이 발생하며, 각각의 미리 통보되어 있지않으면 체크포인트를 지날 수 도 없다. 그나저나 여기 고기들은 모두 하랄 음식이겠지… 하랄이 됬던 안됬던 고기는 옳다.

18조식같은 경우는 호텔비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 점심의 그냥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관공서들이 오후 3시면은 업무를 종료하기 때문에 점심까지 챙겨 먹어가면 일을 했다가는 그 어떤 회의도 진행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저 작은 피자 비스므리하게 생긴거…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이름이 도대체 뭘까…

19어쨌든 저녁은 다시 조식 먹었던 뷔패에서 다시 먹는 이 재미없는 식생활… 그래서 강제로 이곳 호텔 음식과 꽤 친해질수 있었다…

20그러나 이게 또 처음에는 괜찮은데 매끼 이렇게 먹으면 상당히 질리게 된다고…

24a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더라도 매일 소세지만 먹을수는 없잖아…

21어떻게든 조금씩 내용물을 바꾸어 보기도 하나…

23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건 질림 뿐… 그렇게 나는 이렇게 음식 권태기에 빠진다…

22뭔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주방에 말해서 따로 계란 후라이해 먹어보고…

17평소에 잘 먹지 않는 과일도 챙겨 먹어 보지만… 아… 벗어날수가 없어…

24그리고… 이 호텔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뭔가 작심을 하고 야심차게 기획한 음식들을 준비했다…

25먼저 계란을 마련한 다음…

26햄과 야채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27근데 맛있다… 아!!! 뭔가 새로워!!! 새로운 것만으로도 이 샌드위치는 백점 만점에 백이점…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다…

28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던가… 역시 인간은 늘 떠날때가 되어서야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자… 여기서부터는 좀 분위기를 바꿔서 심각한 이야기… 약  2주전 (2015년 5월 28일)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바빌론 호텔을 겨냥한 차량 폭탄 공격이 있었던 것… 이 사건으로 인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다쳤다고 한다. (추후 외신은 15명이 사망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더욱 마음이 안좋은 것은 사망자들 중 원조분야 동료들도 있었다는 것… 정확한 내용은 다음의 기사를 읽어보도록 한다.

이라크 고급 호텔 2곳서 연쇄 폭탄 공격…10명 사망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고급호텔 2곳에서 연쇄 차량 폭탄 공격이 발생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29일 보도했다.

이라크 당국에 따르면 전날 자정 직전 바그다드 도심에 있는 바빌론호텔과 크리스털호텔 인근에서 잇따라 폭탄이 터졌다.

이 폭발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또 호텔 주차장에 있던 차량 여러대가 불에 탔고 호텔 유리 벽면 등이 깨지거나 파손됐다.

폭탄 공격을 받은 호텔은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데 자주 이용해 경비가 매우 삼엄한 곳이다.

외국 취재진과 비정부기구(NGO) 직원들도 이곳에 다수 머물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첫 번째 폭발은 티그리스강이 내려다보이는 바빌론호텔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같은 호텔 주차장에서 다른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을 해체했다.

첫 번째 폭발 후 몇분 뒤 인근에 있는 크리스털 호텔에서도 차량 폭탄 공격이 이뤄졌다.

현지 경찰은 두 폭탄 테러가 서로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2011년 말 미군이 철수한 이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이 이라크 전역에서 자살 폭탄과 차량 폭탄 공격을 주도해 왔다.

IS는 현재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지점에서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내가 바그다드에 있을 때만 해도 막 이라크 정규군이 티그리스 지역을 탈환했을 때라, 분위기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었다. 물론 티그리스 탈환 자체에 대해 많은 정치적 프로파겐다가 있었을 것이라는 여론이 있기는 했지만…  외신들의 보도도 그렇고, 4월에 2차 예비조사단 선생님들이 파견가 계시는 동안 호텔에서도 간간히 총성이라든가 폭발 소리가 들렸다고 하니, 당시(2월)보다는 상황이 많이 안좋아진게 분명하다.

바빌론 호텔과 크리스탈 호텔 (구 쉐라톤 호텔)의 차량 폭탄 폭발 사고에 대한 Euro News의 보도…  이라크 정부가 통금을 해제하고 바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언론(YTN)의 해당 사건 보도… 내가 머물던 곳은 왼쪽 윙이었는데, 동영상을 보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오른쪽 윙의 창들이 모두 파손 되었다.

사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얼마전 내가 머물렀던 곳이 테러를 당했다. 그것도 말로만 듣던 차량 폭탄 공격으로… 이 기분은 2001년 9월 11일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TV를 통해 트윈타워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때와 비슷하다. 우리는 늘 소소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위협은 늘 가까히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위협은 우리가 그 위협에 대해 대비하고자 하는 순간 우리에게서 일상을 빼앗아 간다. 그동안 다녀온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했지만, 나 자신도 안전문제에 민감해져 지속적으로 무의식적인 경계를 하게 되고 이것이 피로로 누적된다. 또한, 사회가 극단적으로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 대 정부 간 업무를 진행할때도, 그 진행속도가 매우 느리고 협조가 어렵다. 사실 이 출장건은 보건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최악의 환경이었던 것 같다.

요즘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이라크 상황을 보면 너무나 많은 불안요소들이 존재하며, 특히 라마단 이후로 이라크 정세가 어찌 변할지에 대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도 짧은 기간이나마 다녀온 지역이라 그저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보다 많이 걱정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도 고생하고 있는 KOICA 소장님과 부소장님, 그리고 현지 KOICA 직원들이 모두 안전하시기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