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래옥

날이 점점 더워지려고 해서 그런지 요즘 계속 냉면이 땡겼다. 그래서 여름이 오기전 냉면으로 좀 유명하다는 식당을 한번 샥~ 훓어보려고 마음먹은 찰나, “프로젝트 봄“을 통해 인연을 맺었고 지금은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민이가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리하여 정민주예 부부와 찾은 곳은 평양냉면 (물냉면)으로 유명한 우래옥…

1주교동 우래옥은 지하철 을지로4가역 4번출구 근처에 위치해 있다.

2뮝숭뮝숭한 우래옥 특유의 면수… 식사 전에 마시는 진한 고기 육수는 오히려 섬세한 평양냉면의 맛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뮝숭뮝숭 면수를 준다고 한다. 그나저나 뮝숭뮝숭 앞에 “기”를 붙이면 “기뮝숭”이 된다… 응???

3이 곳 메뉴의 약점은 냉면과 함께 먹을 만두나 편육, 빈대떡 등의 “집어 먹을 음식”의 부재… 물론 육회나 불고기등의 메뉴가 있으나 그 가격은 한달동안 라면으로 면식해야할 만큼 어마무시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겉저리 김치는 매우 훌륭하지는 않으나 귀하디 귀하다…

4가격에 있어서는 냉면 역시 뒤지지 않는데,  일반적인 철제 냉면 그릇이 아닌 도기에 내놓는 이 냉면 한 그릇의 가격은 무려 12,000원!!! 사리가 1인분에 6,000원 1/2인분에 4,000원이니 냉면 1그릇에 1인분 사리를 주문하면 냉면으로만 18,000원을 소비하게 된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뭐 이런… 게다가 선불!!!

5근데 저 면발을 입에 넣는 순간 깨닫는다… 아… 사리도 주문했어야 했다… 이 비합리적인 가격이 용서가 된다.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으나 어떻게 말하면 약간은 심심하다고도 할수 있으나 계속해서 입에서 땡기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무엇보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저 육수의 풍미… 그 풍미가 입안에 맴돈다. 그 겨자나 식초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않고 먹었는데, 우래옥 냉면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6그리고 그 와중에 비빔냉면을 주문한 주예… 꼭 그런 친구들이 있다… 이 집은 평양냉면이 유명하다고 유명하다고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주어도 함흥냉면 (비빔냉면)을 주문하는 그런 부류들… 매우 고집에 세고 자신의 기호가 분명한 이들이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건 인정해 주어야할 부분이나,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놓치는 것들도 있겠지… 두고봐라 물냉면을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나온다는데, 내 말 지지리도 안듣고 김주예가 주문한 이 냉면은…

7무지하게 맛있다… 네… 앞으로 조용할게요… 주예야… 유윈… 내가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우래옥의 특징은 냉면을 시키고 만두나 편육, 빈대떡 따위를 집어먹는게 아니라 비빔냉면을 집어먹는 것이다. 이제 알겠다. 깨달음을 얻었다.

정말 맛있게, 깨끗하게 면 한자락, 국물 한방울 안남기고 다 먹었다. 그렇게 먹고나니 배가 제법 부르다. 아… 이거 한끼 식사로 나쁘지 않은데? 식사를 마치고 후식이나 하면서 그간 밀린 이야기를 하기위해 이 어린 부부와 청계천까지 걸어갔는데, 카페에 앉고 다시 한번 후회가 밀려왔다. 역시 사리를 주문했어야 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