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50시간: 프롤로그

이것은 제주도에서의 50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니까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2014년 12월 31일 (수)… 오후 4시경… 신미애는 나에게 카톡을 보낸다. 내용은 자기 제주도에 놀러간다는 내용… 이건 필시 자랑질이야… 난 지난 25년간 제주도에 가보지 못했다. 노상은/노상희 자매가 그렇게 제주도 자랑질을 해대는데, 한마디도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무척 싫었다. 그래서 늘 맘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꼭 제주도 다녀와서, “어, 나도 거기 가봤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리라.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늘 계획성있는 생활을 하는 나는 홀려서 바로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비수기라 10,000 마일로 제주도 왕복 티켓 득템이 가능했다. 물론 25,600원의 유류할증료가 붙었지만… 이 때만해도 나의 계획은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 후 모임에 참석했다가 바로 김포로 가서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나에게 내일은 없다는 듯이 놀다가,  일요일 저녁 아이들을 보내고, 홀로 한적한 24시간 카페에 들어가 밤을 샌후 월요일 아침에 유유히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잠자는 일정이 없다. 아… 마스터 플랜…

Untitled-1그런데 문제는 1월 2일(금) 오후 12시 20분…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 벌어졌다. 신미애와 그녀의 친구 일정에는 한라산 등정이 있었으나, 계획했던 당일 폭설로 인해 입산이 금지되어 내가 도착하는 날 한라산 등정을 같이 하자고 한다. 근데 난 단벌 신사인걸… 거기다 내 신발은 아주 물을 잘 흡수하는 재질… 눈이 내린 한라산 등반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후 9시 20분에 제주도에 박혀서 공부중인 척하는 강지연에게 놀아달라고 했다. 근데 내가 제주도에 도착하는 그 시간에 그녀는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고 한다. 그렇게 제주도 놀러오라고 놀러오라고 하더니 정작 간다고 하니까 이러고 있다. 국시 공부해야한단다. 내가 그렇게 공부하라고 공부하라고 할때는 안하더니 시험 얼마나 남았다고 이제 한단다. 담번에 오시면 잘 놀아드릴게요라는 영혼없는 약속만을 남긴채 그녀는 그렇게 떠났다. 그러고보니 신미애와 강지연 둘 다 약사다. 내 인생 처음으로 싫어하는 직업군이 생겼다. 결국 제주 도착해서 한 여섯시간 정도는 괜찮은 카페나 찾아서 비비고 있을 계획을 세웠다.

bros그리고 모임 후 늘 보는 이 형님들과 술마시는데… (그렇다!!! 나는 술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1월 3일 새벽 12시 50분… 김수진에게서 카톡이 온다. 그녀가 기획하고 있는 FUN Night과 관련된 이야기… (이 이야기는 추후 다른 게시물에서…) 옳타커니… 나의 완벽해 보이는 카페 플랜의 헛점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던 나는 바로 던졌다. 수진아… 제주도가자… 아마 그 때 내 안의 무엇인가가 나에게 외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를 포섭하라!!! 나와는 달리 계획성있는 성격이 아닌 그녀는 정말 두 시간만에 비행기표를 예매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몇시간 뒤에 조우하게 된다. (사실 그녀는 계획했던 가족여행이 무산되어 무척 아쉬워하고 있던 차였다고…) 고… 고마워… 형님들과의 과음으로 한껏 취한 몸을 이끌고 나는 바로 김포공항으로 출발…하려고 했으나 광화문에서 김포까지는 공항 리무진 버스가 없다. 그래서 잠실까지 간 다음 리무진을 탈 계획을 세워보았으나… 늦을거 같아서 택시를 탔는데… 리무진 버스보다 택시삯이 적게 나온다. 오오~ 럭키가이!!! 잠실 갔으면 호갱님 될 뻔했다. 노선이 없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2아뿔사… 여권을 안가져왔구나… 물론 국내 여행이라서 여권 따위는 필요 없다. 그런데… 아뿔사… 주민등록증은 부러뜨린지 오래라 안기지고 다니고 운전면허는 분실했구나… 어디서든 정보를 검색해 볼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나라이기 때문에 네이놈에게 물어보니 공항에 있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뽑으면 여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3됐다!!!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나는 제주도로 간다!!! 25년만에 간다!!!

4요기에 들어가면 경찰관 아저씨 (때론 아줌마 일수도 있음)가 계시니 본인 확인을 받아주시면 되겠다. 뽑아간 등본에 도장을 꽝! 찍어준다.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등본에 도장을 또 받으면 되겠다. 아저씨의 반응을 보니 나같은 애들 많은가 보다… (김수진도 그러했다.)

5저 녀석이 나를 제주도까지 데려다 줄 놈인가???

6아아… 아니구나… 얘구나… 미안하다… 못알아봐서…

7김포의 새벽… 간밤에 너무 못자서 비행기 안에서 잠깐 잤다… 음료수도 못 먹었다!!!

8근데… 비행시간이 정말 엄청 짧다. 전혀 피로가 회복이 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아마도 대구에서 제주는 더 짧을 것 같은데, 이정도 거리라면 정말 마음 내킬때 마다 자주 지를 수 있겠다 싶다.

9제주공항… 여기서 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계획성이 투철한 나는 정말 덩그라니 몸만 온 것이다. 거기다가 25년만에 오는 것인지라 아는 곳도 없고. 이제 뭐하지???

10우선 안내데스크에 가서 정보를 수집… 늘 배가 고픈 우리는 “올레국수”에 가서 아침을 먹을까 했으나, 아진 문열려면 두시간이나 남아서 패스… 수진이는 툴툴대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그리고 약속을 잡는다. 그 대상은 “재익이, the KOICA Intern.” 그는 수진이와는 KOICA 인턴 동기이며 이집트로 파견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번 여행에 있어 하늘이 내린 은총이었다.

11제주공항 리무진은 공항 밖으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위치해 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수진이하고 안내데스크에서 여기까지 전력질주를 했다. 제대하고 한번도 안해본 뜀박질이라 진심 죽을 뻔했다. 버스 떠나려면 5분 이상 남아 있는데 왜 그랬을까…

jeju친절하게 노선을 알려주자면 “공항 – T.H.E 호텔 (호텔 이름 죽인다…) – 르네상스 – 여미지 입구 – 하얏트호텔 – 신라호텔 – 스위트호텔 – 하나호텔 – 롯데호텔 – 한국콘도입구 – 한국관광공사 – 퍼시픽랜드입구 – 씨에스엔호텔리조트 – 컨벤션센터 – 대포항 – 약천사 – 강정 – 풍림리조트 – 월드컵스타디엄 뉴경남호텔 – 서귀포부두 – 파라다이스호텔입구 – 서귀포칼호텔” 이런 호텔들의 향연…

12어쨋든 그렇게 재익이 “the KOICA Intern”과 컨택이 되었기에 약속장소인 뉴경남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는 역시나 모자란 잠을 해결… 하고자 했으나… 역시 이 안에서도 숙면을 취하지는 못함… 그나저나 주말 아침 7시반에 전화받은 재익이도 참 대단하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