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 75 in Virginia
길들여진 맛을 잊는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아니… 사실 그 “길들여진 맛”이란 것은 오랜시간을 걸쳐 서서히 변화하거나 영원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전, 그러니까 아직 베트남 쌀국수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전 나는 미국 Virginia Arlington에 위치한 한 식당을 찾았다. 정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던 나의 벗 태균, 일호와 성오는 아무래도 이 국수 안에는 마약을 넣는 것 같다며 나를 흥분과 걱정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고, 유학 초창기 어린나이였던 당시 익숙하지 않았던 베트남 식당에서 상당히 긴장하면서도 처음 그 국물을 한입 큰술 맛보았을 때 느꼈던 그 맛을 나는 아직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베트남 쌀국수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또 여러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겨 이제는 그닥 큰 감흥도 없어졌음에도 아직 이때 그 맛을 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GW에 다니셨다던 사장님이 압구정 쪽에 같은 이름의 비슷한 맛을 내는 쌀국수집을 차린 적이 있으나 지금은 없어져 버렸다.) 이 복잡미묘한 Pho 75에 대한 애착은 그 당시 Washington DC 근처에 거주하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던 이들은 마찬가지 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자마자 달려갔다. ᕕ( ᐛ )ᕗ Pho 75….
1721 Wilson Blvd, Arlington, VA 22209 이번 여행에서 신세진 Tony형이 Clarendon Blvd.에 사는 걸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Wilson Blvd와 Clarendon Blvd.는 서로 수평선을 그리는 도로이다. 숙소에서 걸어서는 약 5분거리!!!
저 네온사인의 몽환적인 색깔마저 옳다… OPEN이라는 글씨는 축복처럼 다가온다. 사실 연중무휴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는 곳이라…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저 시계의 문향이 옛 베트남 공화국의 국기라고…
현금만 받겠다고 당당하게 적어놓은 주인장의 패기좀 보소!!! Large Bowl로 1번을 주문했다.
쌀국수도 쌀국수지만 이 연유 가득한 커피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순간 어떻게 마셨었는지 까먹어서 종업원에게 물어보아야만 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했어도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신 아저씨께 감사해요오오오… 이거 전에 재우가 베트남에서 사온게 집에 어디 있을건데… 생각날때 해먹어야겠다…
아… 그리고 아직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나른한 몸을 바로 각성시켜주는 달달한 맛…
이 칠리 소스… 이거 휴대용 싸이즈로도 하나 나왔던데 구해야하나… 한창 좋아하던 시절에는 집에 구비해 놓고 피자를 찍어 먹기도 했었다. 도미노즈 딥디쉬 미디엄 페퍼로니 피자를 하나 시켜서 요거 찍어 먹으면 한판 다 먹어도 모자랐다. 그때 당시는 기숙사에서 우리 모두 1인 1판 하던 시절…
드디어 다시 찾은 감동의 순간…향과 맛… 추억의 향과 맛… 그 주인공이 지금 내 앞에 있다… ˃̣̣̥᷄⌓˂̣̣̥᷅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나에게 적정량의 소스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고기 건더기는 이렇게 굴소스와 칠리소스를 수저에 뿌린 다음 찍어먹으면 되는 것이다!!!
간만에 보느느 추억에 흥분한 나… 뭔가… 양평이형 닮았다…
저 국물을 할 술 떠 입안에 넣으면 그 따끈함이 식도를 타고 내려오고 은근한 고수의 향이 코속에 스며들며 머리가 개운해 지면서 동시에 뱃속이 풀린다. 한마디로 최고의 해장음식인 셈… 나의 벗들의 말이 옳다. 확실히 이 국수에는 마약이 들어가는 것 같다. 지난 15년동안 나는 이 맛을 그리며 살았으니까… 그리고 맛과 함께 살아나는 15년전 3년이라는 시간을 차지고 하고 있는 이 도시에서의 추억들… 그렇다… 맛은 추억이다…
끗…
Recent Comments